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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10:05 Behind Story
한 개발자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재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던 착한 심성의 개발자가 있었습니다.
넘치는 위트로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으며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집사람에게 허락된 용돈 안에서 아이폰 할부 갚아야 한다며 싸가져온 도시락을 혼자 먹던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일 하는 곳은 그가 소속된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소속한 회사가 수행한 프로젝트의 유지보수를 위해 그는 소속되지 않은 회사에서 1년을 넘게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우리 회사에서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설 연휴를 얼마 앞 둔 어느 날, 그는 점심을 거른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 속이 좋치 않아서요..

과음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튿날, 그의 자리에는 이런 저런 약이 있었습니다.

- 췌장염이랍니다.

설 연휴 이틀 전, 얼굴이 핼쓱해졌더군요.

- 내일 휴가를 좀 써야 겠습니다. 병원에 가 봐야겠어요.

연휴 잘 쉬면 괜찮을거야 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그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병원이라더군요.

twitter.com/sangho78 그가 병원에서 남긴 트윗



종양이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동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돌아오질 못했습니다.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이 있었습니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도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의 아내와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당장 헌혈카드가 필요하다더군요.


그가 병원에 갈 때 가져간 건강보험카드에는 우리회사 이름이 씌여있지 않았지만
그의 회사 동료는 우리였고 그는 우리의 동료였습니다.

회사 직원들의 헌혈...


회사 전 직원이 모금도 했습니다.
적십자사 헌혈 버스를 불러 단체로 헌혈도 했습니다.

그의 아내가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기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엇그제 병실을 찾았습니다.
의식도 없었습니다.
베개며 침대 시트에는 빠져버린 머리카락 범벅이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온 몸을 덮고 있었습니다.

어제 아침
혹시나 하는 맘으로 그의 아내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경.
그가 떠났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그렇게 그는 갔습니다.
서른둘의 가장이 그렇게 급히 갔습니다.
황급히 병원에 가 보니 병실에 그의 침대는 이미 옮겨지고 난 뒤였습니다.

그가 떠난 병실


참으로 애통하고 애통할 따름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우리도 회사도 법과 규칙을 핑계대지 않고 그의 고통을 나누는데 최선을 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고질적 병폐인 하청 구조 속에서 그가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마음 상하는 일은 없었는지 걱정됩니다.

우측 끝, 작년 호프데이에 부사장님 옆자리에 앉았던 그의 모습 입니다.


미망인이 전해 준 한마디가 생각 납니다.

- 의식 잃기 전에 회사사람들에게 건강 조심하라고 전해달라더군요.

그가 우리를 '우리'로써 기억 해 주고 있었다면 참말로 다행입니다.

- @yalkongs, stray cat.
posted by stray cat, yalkongs 孤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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